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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외옹치항.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은 진짜 작고 아담한 항구이려니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외옹치를 먼저 알게 된 건 아니다. '바다향기로'란 해변 산책길을 찾아가면서 그 산책길이 외옹치항 주변에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때야 외옹치를 인식하게 되었다. 속초 가볼 만한 곳은 웬만하면 다 훑어봤기에 새로운 장소가 필요했다. 몇 년 전 인터넷 검색으로 강원도 지역을 훑고 훑다가 알게 되었다. '바다향기로' 뭔가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직접 다짜고짜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거나 무릎 정도까지만 바지를 걷고 신발과 양말을 벗어 첨벙 첨벙대거나 아님 모래사장에 앉아 멍 때리기 거나 주변 해변길을 천천히 돌며 관망하거나 자신의 성격대로 바다를 즐길 수 있겠다. 나의 경우엔 산책형이다. 발에 바닷물을 적시지 않아도 계절에 상관없이 천천히 빙~돌며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가만히 있자니 너무 수동형인 거 같아서 걷는 쪽을 택한다.

그러한 바다 감상법의 이유로 해변길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하거나 내 발로 해안 산책로를 산책하거나. 몇 년 전부터 바다 산책로가 전국적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는 느낌이다. 강원도엔 외옹치 바다향기로 말고도 정동진 바다부채길도 있다. 둘을 비교하자면 바다향기로는 여성적이고 바다부채길은 남성적이다. 바다향기로가 평이하다면 바다부채길은 난이도가 있다. 노약자라면 바다향기로를 가야하고 건강하다면 바다부채길이 나을 듯하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해안 탐방로다. 드라마에서 먼저 봤다. 박보검, 송혜교 주연의 '남자친구'에서 주인공들이 거닐었던 길이다. 드라마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박보검이 머물던 속초 주변은 생생하다. 풍경이 한국적이고 예뻤다. 한국적이라 함은 조선시대 이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너무 외국스럽지 않은 현대의 한국 관광지 분위기랄까? 드라마를 보며 다짐했다. 박보검이 머물렀던 곳을 가봐야겠다고.

외옹치항 주변 해안 탐방로 '바다향기로'는 2018년 4월 12일 오픈했다. 1953년 한국전쟁 이후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이다. 무려 65년 만에 일반인도 통과할 수 있게 된 지역이다. 그동안 사람들이 방문할 수 없었던 지역이어서 그런지 커다란 바위들이 무척 많다. 외옹치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걷기 시작한다. 길은 속초 해변까지 이어진다. 외옹치항에서 속초 해변 구간을 왕복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바다향기로 개방시간은 하절기는 6시부터 20시까지이고 동절기는 7시부터 18시까지다.

거리가 짧고 경사가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송림과 커다란 바위들 그리고 철썩철썩 때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물론 뜨거운 여름날엔 어쩔 수 없이 힘들 수도 있다. 모자와 물 한 병은 챙겨야 한다. 

 

바다향기로는 속초 롯데리조트와 연결된다. 리조트가 워낙 해안 절벽 위에 있기에 바다향기로가 연결된다. 리조트에서 '바다향기로'로 내려가는 대나무숲도 분위기가 좋다. 한 3군데쯤에서 나무계단으로 연결된다. 리조트에 숙박하게 되면 바다향기로는 그야말로 호텔 산책로처럼 바로 연결되기에 편하다. 걷다가 출출하거나 커피가 당긴다면 리조트로 올라가 잠시 쉬었다가도 좋겠다.

'바다향기로'에는 안보체험길 구간도 있다. 철책이 그대로 있다. 철책에는 짧은 안보교육을 할 수 있는 전시물들도 있다. 끝 지점인 속초해변에 다다랐다면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해변을 감상해도 좋다. 정동진 바다부채길은 해변까지 내려가기가 어려운데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해변으로 직접 갈 수가 있다. 짧은 시간 안에 해변 산책을 제대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 속초 외옹치항 바다향기로를 걸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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