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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브라운 톤 컬러 포스터가 따스하고 한 번쯤 저들의 저녁 식사에 초대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보고 싶었다. 한국 영화 포스터에서 보기 힘든 세련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이서진과 조진웅의 미소가 좋았고, 유해진의 미소가 재미있어 보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들의 시선은 조금씩 빗나가 있었다.
완벽한 타인. 왜 완벽하다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남들은 상상도 못 하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란 뜻인지, 타인이긴 한데 흠잡을 데가 없는 모든 걸 갖춘 인간이란 뜻인지. 그런데 타인이란다. 내가 아니 다른 사람. 누구에게 타인이란 말일까?
속초 한동네에서 자라고, 이북 사투리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컸다. 각자 가정을 이루고 파트너를 만나서 다양한 직업군으로 산다. 그래도 이들은 출세했다. 한마디로 촌 동네에서 자라 서울에서 호기롭게 만날 수 있는 나름 성공한 친구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다.
한 커플이 집들이 겸 저녁 식사로 친구들을 초대한다. 가슴 성형 전문의 조진웅과 정신과 의사 김지수 커플이다. 둘다 가슴을 치료해주는 역할이다. 단 안과 밖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좀 더 고차원적인 정신을 치료한다는 김지수는 가슴 성형을 해주는 남편을 무시하는 듯하다. 친정도 사위를 하대한다. 혼전임신으로 친정의 반대가 극심했던 것으로 나온다.
김지수는 조진웅이 갖고 있는 상처를 힐링해 줄 생각을 못 한다. 정신과 마음을 들여다 봐준다는 소명의식과 직업의식은 돈이 들어올 때만 작동하는 시스템인가 보다. 여기에서부터 한 인격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여하튼 이 커플의 집은 화려하다. 이사 온 새집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낭만적인 한강 뷰가 펼쳐지는 고급 빌라 저택이다. 한마디로 재수 없게 화려하다. 편백나무, 악어가죽 등 집안의 모든 가구와 자재가 완벽하게 고급이다. 부부의 외모도 훈훈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딸과의 불협화음이 있고 남편의 실패가 도사리고 있고 아내의 불륜이 감춰져 있다. 이리도 완벽해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수는 도발한다. 개인의 모든 정보를 집어삼키고 있는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운운하며 저녁 시간 동안 스마트폰에 오는 통화와 문자 들을 모두 공개하자고 한다. 그래서 폭탄 같은 게임이 시작된다.
막장드라마의 만찬이 시작됐다. 허풍쟁이 사업가 이서진과 사랑스러운 수의사 송하윤, 가부장적인 너무나도 가부장적인 변호사 유해진과 외로움을 시로 달래고 있는 현모양처 염정아, 그리고 루저로 보이는 윤경호의 완벽한 타인과 같은 모습이 드러난다. 화기애애했던 시작은 고성과 야유와 폭력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유쾌하게 진행됐다. 프랑스 영화처럼 음울하지 않았다. 아마 프랑스라면 상당히 음울하게 다뤘을 텐데. 폭소를 터뜨리며 감추고 싶은 스마트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 때마다 같이 맘 졸이며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전개가 가능하다니 새롭다.
영화는 아마 배우들의 출연료를 제외한다면 초저예산으로 촬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오는 곳이라곤 의사 친구네 집뿐이다. 집안에서 배우들의 연기로 꽉 채웠다. 이 영화가 대박 난다면 엄청난 수익율일 듯싶은데, 관건은 저리도 화려한 배우들의 출연료에 달려있겠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감독이다. 이재규 감독은 이서진과 호흡이 잘 맞나 보다. 다모의 젠틀한 이서진을 이리 상스럽게 해석해 놓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서진 안에 또 다른 타인이 있었던 것인지. 츤데레 조진웅, 역시나 멋있다. 송하윤이 염정아, 유해진을 비롯한 대선배들 사이에 나란히 캐스팅된 건 의외다. 포스터를 보면서도 설마 송하윤일까 싶었다. 감독이 어떤 매력에 초점을 맞춘 것일까 무척 궁금하다.
행복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저녁 식사가 스마트폰 공개로 인해 추한 모습이 다 까발려지고 관계는 깨진다. 왜?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인 완벽한 타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닌 게지. 그냥 허상을 살고 있었던,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상대를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이미지를 어설프게 쌓아가던 인생들 거품이 팡! 터진다.
이 영화가 폭소와 웃음이 있었음에도 영화관을 나오면 씁쓸한 입맛에 아무 말 할 수 없었던 건 마지막 전개 때문이다. 게임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감출 수 있었던 타인을 고스란히 감추고 평온히 되돌아가 서로 다시 속으며 살 수밖에 없다는 회의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말하려던 메시지를 굳이 레터링으로 마무리한다. '세 개의 나'가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나, 공적인 나 그리고 비밀의 나. 이 부분에서는 오글거렸다. 관객이 알아서 각자의 메시지를 추려갈 수 있는 마지막을 굳이 초등학생에게 요약해서 다시 한번 짚어주는 양 그리 문자로 남겨야 했을까? 엔딩이 오글거리게 아쉽다.
다시 한번 보아하니 주인공들이 삶이 추해 보인다. 겉은 화려하고 신뢰는 없고 서로 알아볼 수도 없는 타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극적으로 추하다. 인생 참 허탈하게 만드는 그들의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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